[박항재의 감성꽃창 17]
해마다 봄꽃이 피어오르면 내 마음속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꽃은 진달래다. 산에 핀 진달래 첫 꽃을 보면 설레고 향수에 젖게 되며 감회가 새롭다. 진달래꽃은 시골 배고픈 소년이 눈 빠지게 기다렸던 하늘이 내린 분홍 선물이었다. 분홍 물든 산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한 움큼 훑어낸 꽃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깨물어 분홍물 빨아 넘기며 허기 달랜 추억은 몇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한 송이 따 맛을 음미해보면 연한 신맛, 약간 떫은맛, 사르한 매운맛,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사실 맛보다는 진달래 특유의 상큼한 향이 더 기분 좋게 한다. 진달래꽃을 맛보아야 비로소 봄이 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진달래는 서민에게 따뜻하고 넉넉하고 평안함을 안기는 꽃이다.
진달래와 개나리는 봄꽃 짝꿍이다. 진달래 하면 개나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닌다. 봄을 상징하는 빛깔은 분홍과 노랑이 맞수라 할만하다. 분홍 대표는 진달래꽃, 살구꽃, 복숭아꽃이다. 노랑 대표는 산수유꽃, 생강나무꽃, 개나리꽃이라 할 수 있다.
진달래는 하늘을 보고 개나리는 땅을 보고 있다. 진달래는 새색시가 부끄러워하면서 신랑이 하도 궁금하여 살포시 고개 들어 쳐다보는 듯하다. 개나리는 노오란 작은 등을 수없이 달아 봄 길을 환히 밝히기라도 하듯이 땅을 비추고 있다.
진달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달래라는 이름이 들어갔지만 달래와 무관하다. 어원 연구가 있긴 하지만 딱 부러지는 게 없다. 삶의 이력을 바탕으로 억지 풀이라도 하자면 ‘달래’는 배고픔을 ‘달래’다의 뜻으로 읽고 싶다.
개나리는 이름에 무슨 연유가 있을까? ‘개’자가 작음, 보잘것없음, 가짜 또는 아닌 것의 뜻으로 쓰인다. 개나리는 나리꽃과 비슷하지만 나리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진달래꽃은 참꽃이라 하는데 그 까닭이 무엇일까? ‘참’ 자를 쓰는 말로 참새, 참나리, 참깨, 참나무, 참깨, 참돔, 참교육 이런 말들이 있다. 반면 철쭉류를 개꽃이라 부른다. ‘개’ 자를 쓰는 말로 개나리, 개별꽃, 개꿈, 개떡, 개소리 따위가 있다. ‘참’ 자가 여러 뜻을 가질 수 있는데 참꽃, 개꽃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 먹을 수 있는 꽃과 없는 꽃으로 풀이된다. 철쭉은 애벌레가 꽃을 먹지 못하도록 그라야노톡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맹독성이라 먹어서는 안 된다.
이런 까닭으로 진달래와 철쭉 구별하는 방법을 더 알고 싶어 한다. 꽃만 보고 알아보려니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구별하는 차이는 진달래는 꽃이 핀 뒤 잎이 나고 철쭉은 잎이 난 뒤 꽃이 핀다는 것이다. 꽃만 피어 있으면 진달래라고 할 수 있고 잎이 보이며 꽃이 싱싱해 보이면 철쭉이라 보면 맞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