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와 행사를 마치고 식당으로 갔다. 먼저 일어서는 여교사가 신랑을 데리고 다시 들어왔다. 차 갖고 온 남편을 들어오라 하여, 교장에게 인사시켰다. 인사말 끝에 신랑이 덧붙인다. “그만두라고 하는데도, 굳이 이렇게 일을 하네요”. 교장과 교사들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부장도 맡고, 마을일도 나서고, 나름 애쓰는 그 교사의 사회생활에 재를 뿌리고 ‘잘난 신랑’은 떠났다. 십 년이 돼가는 그 일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교사의 근황을 가끔 듣는다. 마을 일, 바깥 일, 나서지 않고 조용히 지낸다고 한다. 마을강사 연수에 갔다. 백 명 가까이 모였는데 모두 여자다. “남자 샘은 안 계시네요” 절로 나온 말이다. 곧장 대답이 들린다. “남자는 돈 벌어야지요”. 생계를 맡는 배우자가 있어야만 마을활동을 할 수 있다면, 아직 한국의 마을운동은 갈 길이 멀다. ‘돈을 벌어야 하는’ 남자로서 마을교육 일을 하면서, 스스로 자주 되묻는다. 나는 우리 사회의 패배자(loser)인가? 대입논술이 부활된다 하여 문제를 찾아보았다. 출제자의 생각이 보인다. “논술문제가 재밌네” 그 한마디 했는데, “누가 돈 벌어오라고 하던?” 마누라의 응답이 바로 왔다. 기웃거리지 말라는 경고
"아니 여기 신발을 신고 걸으면 어떡해?” 나이 좀 더 많은 어르신이 좀 적은 두 사람에게 언성을 높인다.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냥 갈 길 가세요” 대꾸한다. “신발들을 신고 오니 개똥도 묻고 더러워 지잖아” 계속 언성을 높인다. 갯골 산책로를 지나다 들은 얘기다. 한 두 달 전부터 맨발걷기 코스가 가장자리에 마련되었다. 신발 신은 사람도 무수히 보았고, 주말에 자전거가 일렬로 그 코스를 달리는 것도 보았다. ‘신발까지는 뭐라 할 것이 못되지 않을까, 자전거는 좀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안내 게시판에는 보니, 신발 신지 말고 맨발로 걸으라는 말은 있고, 자전거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다. - 주영경, 20일 아침 갯골에서